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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HOLIC/시크릿 가든

시크릿가든 마지막회, 결말은 무엇을 의미하나


10주간의 긴 여정이 끝이났습니다. 시크릿 가든 때문에 웃고, 울고, 행복해하던 순간들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조금전 마지막회를 보고 나니 벌써부터 허전함이 밀려오는 듯 합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본 드라마이자, 작가가 곳곳에 숨겨놓은 복선들 때문에 머리 아팠던 드라마였습니다. 또 그만큼 제겐 특별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드라마 시작부터 엔딩 논란이 있었던 터라, 이번 마지막회를 보고나서도 역시 약간의 논란이 있는듯 합니다. 제 개인적인 평가로는 기대했던 것 만큼 빤짝빤짝거리는 획기적인 결말은 아니였지만, 그동안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이 마지막회에 다 담아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쉬웠던 점들도 있습니다. 오스카 콘서트 장면이 좀 더 감동적일 수 있었는데 음향사고가 있었고, 주원의 여동생과 임감독과의 러브라인(?)은 너무 시시하게 흐지부지되었고...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상쇄하고 남을만큼 매력적인 드라마였음은 틀림없습니다. 전 감히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하고 싶어요.ㅎㅎ

그리고 마지막회에서도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진부함을 다르게 접근해보는 시도 역시 찾아볼 수 있었고, 라임의 독백을 통해 그동안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다 알려준 것 같아 흐뭇하고 기분좋게 드라마를 끝낼 수 있었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번쯤 이런 '마법같은 사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메마르고 딱딱하던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진 기분입니다. 이제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시크릿 가든 마지막회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가이드라인 확실한 분홍여사, 그리고 아영의 세번째 꿈 이야기
분홍여사가 라임을 반대했던 이유 중, 극중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주원 아버지가 있었네요. 아마 분홍여사도 주원의 아버지와 이런 불같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지만, 이런 저런 차이들로 인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사랑을 '낯선 것들이 주는 찰나의 미혹일뿐'이라 평할땐 마음이 살짝 아프더군요. 아마 이런 아픔이 있었기에 분홍여사가 그토록 반대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마음을 돌릴 분홍여사도 아니고, 주원도 엄마를 잘 알기 때문에 주원은 라임과 혼인신고부터 해버립니다.(옷 예쁘게 입고 어디 가자고 하더니만,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갔네요.^^;;)
혼인신고하기전 그 흔한 반지도 없이 즉석에서 프로포즈를 합니다. 비록 분홍여사의 축복을 받지도 못했고,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지만 주원과 라임은 - 혼인신고서 작성할때 서로의 싸인처럼, 눈에서 하트가 가득합니다.
내가 지금 그쪽 사랑해서 남편이 되겠다는게 아니잖아.
'그쪽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쪽만 사랑하니까'잖아.
난 그쪽 아니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구.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어떤 프로포즈의 말보다 참 '주원이 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이 대사 자꾸 생각나는군요.ㅋㅋ 은근 중독성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만든다면 아마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끝이 났겠지만, 5년이 지난 후에도 역시 분홍여사와의 갈등을 그대로 놔두었더군요. 그것이 바로 아영이가 꾼 세번째 꿈이야기와 연결되었습니다.

5년이란 시간이 흐른후, '출산장려정책에 모범을 보인 사회지도층의 금술'덕택에 주원과 라임에게 세명의 아이가 생겼습니다.(아마 항간의 소문대로 세쌍둥이를 구할려고 했는데 섭외를 못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저 돗자리 깔아도 되겠죠?ㅋㅋ)

여전히 가이드라인 확실한 분홍여사는 주원과 라임을 인정하진 않지만, 그래도 손자들에 흠뻑빠진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만약 행복한 결말을 위해 분홍여사와의 갈등도 모두 해결했다면 좀 진부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전 이정도의 마무리에 아주 만족합니다. 그래도 손자들 사랑하시잖아요.ㅎㅎ


매일매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마법같은 일상을 살아가다
마지막회에서 작가가 작정하고 달달한 장면들을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저의 이웃님께서도 댓글에 남겨두셨지만, 일반적으로 로코물은 끝나기 직전까지 갈등을 최고조로 보여주다가 로맨틱하고 달콤한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러다보니 결혼후에 찾아오는 현실들은 로코물에서 금기시되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결혼 후의 부분까지 과감하게 보여줬습니다. 이 부분이 기존 로코물과 차별화되는 시도라고볼 수 있습니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주원과 라임은 닭살행각을 보여주더군요. (키스씬만 무려 네번 나왔던 것 같아요.ㅎㅎ) 그동안 결말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던 시청자들을 위한 달달한 서비스(?)가 아니였을까 싶어요.

그리고 라임은 스턴트우먼, 무술감독으로, 주원은 백화점 경영자로(비록 경영만 하는 CEO지만) 자신들의 삶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아이들도 낳고, 알콩달콩 여전히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 보기 좋더군요.
이만하면 만족스런 해피엔딩 아닐까요? ^^


사랑은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
드라마를 통해 작가는 주원과 라임을 통해 누구에게나 한번쯤 찾아오는 '마법같은 사랑', 그리고 정원을 가꾸듯 그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설레여하고, 웃고, 감동하고, 눈물 흘렸던 것은 바로 이런 '마법같은 순간'을 이미 경험했거나, 만약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런 순간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전 '마법같은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 주원과 라임이 그들의 정원을 가꾸어 나가듯, 제 정원을 가꾸는 일만 남은 듯 합니다.ㅎㅎ)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마법같은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하고,
사랑이 더욱 견고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며,
어쩌면 이제 막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한다는건 어쩌면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을지 모른다.
당신들의 정원에도 예쁜 꽃이 피길...
시원한 바람이 불길...
찬란한 햇빛이 비추길...
그리고 가끔은 마법같은 비가 내리길... 


그들은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주원이 그 엘리베이터 사고 직후, 라임에게 라임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전하지 못한 이유가 마지막 회상씬에 나왔습니다. 사고 직후 주원은 그 말을 전하려 장례식장에 갔었지만, 울고있는 라임의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에 밖에서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울다 지쳐 잠든 라임의 곁에 쭈구리고 앉아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 미안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주원 역시 지쳐 쓰러지고 잠시 정신을 잃은 듯 합니다.

주원의 눈앞에 잠들어 있는 17살 여고생 라임은 미간을 찡그리며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주원이 손가락으로 그 찡그린 부분을 펴줍니다. 예전 리조트에서 그랬듯이 말이죠.
아마 그 뒤로 주원은 사고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듯 합니다. 그래서 그 말을 전하기까지 13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구요.

작가가 이 회상씬을 넣은 이유는 이미 그들의 인연은 주원의 사고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들은 운명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인 듯 합니다. 주원과 라임이 사랑에 빠진 것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운명적으로 결정되어 있었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주원이 13년간 그 사고에 대한 기억, 라임 아버지에 대한 기억, 라임에 대한 기억을 몽땅 잊고 살았지만, 라임을 보는 순간 자석에 이끌리듯 그녀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무의식 중에 그녀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무의식이 스스로 그 사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워버렸지만, '길라임'이란 여자는 완전히 지워내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들은 이미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사랑의 마법은 이미 그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글을 마치며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다보니 마지막이 실감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주원과 라임, 그리고 오스카와 윤슬, 임감독, 분홍여사까지 모두 이제 못본다고 생각하니 많이 서운해집니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회도 빠짐없이 리뷰를 한 첫 드라마라서 그런지 아주 많이 섭섭합니다.

김은숙 작가가 얼마전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막상 오늘(막방)이 오니까 누가 꼭 등떠밀어서 내쫓는 기분입니다.^^
<시크릿 가든>을 보내기 싫으네요.
저 역시 시크릿 가든을 보내기 싫어집니다. 왠지 다음주 주말에도 습관처럼 시크릿 가든을 보기 위해 컴퓨터앞에 앉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의 허접하고 세련되지 못한 리뷰글 사랑해주신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말에 습관처럼 또 다시 '시크릿 가든' 리뷰를 쓰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지막회 리뷰를 마치는 이 마당에 감사의 인사는 해야할 듯 합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든 캡쳐장면의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