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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HOLIC/시크릿 가든

시크릿가든, 주원이 사는 동화속으로 들어간 라임


시크릿 가든 13회는 잠시의 달콤함을 뒤로한 채, 한차례 눈물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한 회였습니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면서 또 눈물을 찔끔거렸답니다.
우려했던대로 현실의 벽은 잔인했습니다. 주원의 엄마는 라임에게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주원과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인물입니다.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너무 감정을 이입해서 그런지 저도 라임처럼 많이 아프더군요.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되겠죠? 현실에서 주원과 라임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함께 동화속으로 들어가면 되니까요. 그것이 앨리스든, 인어공주든, 신데렐라든 말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왜 작가가 '영혼체인지'라는 판타지를 사용했는지 그 이유가 점점 더 명확하게 와닿는것 같습니다. 주원과 라임은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므로 환상(동화)속으로 그 두사람을 끌어들여 서로 함께 있어야 비로소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사랑은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나 완전한 하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이 두사람 같이 영혼까지 바뀐 상황이라면 더더욱 함께 있어야 서로에게 완벽한 존재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런면에서 김은숙 작가가 천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ㅎㅎ

13회에서도 역시 동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라임이 오스카(요정할머니 ㅋㅋ)의 도움으로 하룻밤 '신데렐라'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모기자가 자주 쓰는 말을 빌리자면 라임이 '숨막히는' 앞태를 선보였지요. 라임이 자신이 사는 현실에서 잠시 주원이 사는 동화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저와 함께 그들이 살고 있는 환상(시크릿 가든) 속으로 들어가보실까요? *^^*  


아름다운 사람, 그래서 내게 먼 사람 주원
등산가는 라임과 임감독을 뒤따라갔던 주원은 라임에게 정강이를 걷어 차이고, 잘못하다 허리를 삐긋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액션스쿨 선배님의 도움(?)으로 리조트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 선배님이 가르쳐준 닭살돋는 멘트("너의 액션에는 라벤더 향이 있어", "너의 존재만으로도 나에겐 기적이야")는 그리 도움이 못되었지만, 두 사람 나란히 걷는 모습만으로도 너무 기분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다만 멀리 존재함으로 환상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별들의 세계가 그러하다.
너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주 그러하듯 쉽사리 사라지고 만다.
- 이응준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중「Lemon Tree」에서

"그의 진심이 궁금해 읽은 책속에서 내 마음을 오래 잡아두었던 구절이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그래서 내게 얼마나 먼 사람인지. 그도 언젠간 사라질 것이다. 너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주 그러하듯..."

예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소설의 한구절, 시의 한구절이 꼭 내 마음같아서 가슴에 품어두었던 적이 있습니다. 라임 역시 주원의 진심을 알기위해 그가 읽고 있던 책들을 읽는 중 마음에 담아둔 구절이 있었나봅니다. 라임의 독백에서 그녀는 그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환상처럼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너무나 좋지만 이 사랑이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라임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그가 정말 사라진 것일까요? 그는 라임의 마음속에, 머리속에, 추억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말이지요.

이번회에서도 나란히 누운 주원과 라임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한순간이라도 함께하고 싶어하는 주원의 마음이 아주 잘 나타난 부분이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라임을 안고 누워있는 주원이 다시 한번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를 중얼거릴땐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나더군요.

허리다친 것이 꾀병인줄 알았는데, 진짜 아픈걸 알았을때 사실 주원이 안되어 보이더군요. 아프다고 몇번이나 말을 했지만, 저를 비롯해서 라임조차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았지요. 그동안 주원이 살아오면서 자신이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았구나 싶어서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주원 엄마의 말처럼 주원은 태어나면서부터 개인이었던 적이 없었나 봅니다. 동화속에서 예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주원이 너무 불쌍해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원래 살던 동화속으로 돌아가 예쁘게 살길...
주원과 라임이 함께 리조트에 갔다 아들이 다친 사실을 알고 주원엄마는 라임의 집에 찾아옵니다. 라임모르게 처리해보려던 오스카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엔 '그 잘난 집 거실'이 아니라 라임이 사는 공간에서 다시 한번 상처를 받게 됩니다. 비록 주원을 좋아하지만 부모 욕 먹여가며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미 라임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제 매일 눈뜨고 눈감는 자신의 집에서 이 순간을 떠올리며 살아가야합니다.

뒤늦게 자신의 엄마가 라임을 찾아갔다는 것을 안 주원은 전화도 받지 않고, 만나주지 않는 라임을 밤새워 기다립니다. 엄마의 말처럼 주원이 가진 것 모두를 포기하면 그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말 이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선택은 바로 자신의 몫이니까요. 밤새워 고민했지만 그 해답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그 방법도 찾지 못했으니까요.

그녀는 자신의 구질한 현실에서 그만 나가달라고 합니다. 나가서 원래 살던 동화속에서나 살라고 합니다. 이제 그녀는 만나주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그녀를 찾아 헤매지만 그녀의 얼굴조차 볼 수가 없습니다. 그녀로 인해 끊었던 약도 다시 먹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주원에게 자신의 병을 낫게 해주는 '약'과 같은 존재입니다. (라임이 주원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주원엄마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네요.ㅠ.ㅠ)


성냥팔이 소녀에서 신데렐라까지
주원을 피해다니는 라임 역시 주원만큼 마음이 아팠을 것입니다. 주원이 보고 싶었을 겁니다. 주원이 보내온 문자메세지를 보고나니 더더욱... 이렇게 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 듯 합니다. 그를 만나서 해결책을 찾든, 끝장을 내든 마무리를 지어야될 문제이지요. 절대 포기하지 않을 주원일테니까요.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던가요? 주원을 찾아간 그 날이 하필 로엘백화점 VVIP파티가 있는 날이네요. 동화같은 파티풍경을 밖에서 바라보고 있던 라임의 모습은 꼭 '성냥팔이 소녀'처럼 보입니다. 시린 손을 호호~불며 멀리서 파티장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감히 초라한 자신의 모습으로는 주원에게 다가갈 수도 없습니다. 또 어쩌면 이런 라임의 모습은 먼발치에서 왕자를 바라보던 '인어공주'같기도 합니다.

그만 돌아가려하는데 오스카를 만납니다. 마음 따뜻한 오스카, 오늘 하루 라임을 위해 요정(Fairy Godmother)가 되어줍니다. 바로 라임이 '신데렐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지요. 멋지게 차려입고 오스카의 팔짱을 끼고 파티장에 나타납니다.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던 동화속 풍경속으로 라임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지요. 이것이 짧은 한순간이라 할지라도 라임이 동화속 왕자와 행복하게 춤췄던 신데렐라가 되어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자고나면 현실로 돌아와 있겠지만, 유리구두를 들고 자신을 끝까지 찾아낼 왕자(주원)가 있는 한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영혼체인지?
14회 예고를 보니 다시 한번 영혼이 바뀔 것 같습니다. 주원의 엄마를 만나러간 이 장면에서 이미 영혼이 바뀐 상태인 것 같네요. 창문 밖엔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고(비가 내리면 영혼이 바뀐다지요?ㅎㅎ), 다리 벌리고 앉은 라임의 모습이나 다소곳하게 앉은 주원의 모습이 그런 것 같네요. 당당하게 아드님을 위해서라도 못 헤어진다고 말하는 걸 보니 주원의 영혼이 라임의 몸속에 들어와있는 듯 싶네요.^^

이번에 만약 영혼이 다시 바뀌면 라임 아버지가 그토록 영혼을 바꾸고 싶어했던 구체적인 이유가 나타나겠지요. 더불어 주원 엄마도 더 이상 반대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도 밝혀질 듯 합니다. 어쩌면 황당할 수 있는 '영혼 체인지'라는 판타지가 이렇게 기다려지긴 처음입니다. 


깨알같은 장면들
이 드라마 작가와 피디님께서 명장면, 명대사도 참 많이 만들어내시지만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으신 듯 합니다. 13회 역시 복잡한 주원의 마음을 소품을 이용해서 잘 표현한 장면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로 주원의 서재 장면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원래 주원의 서재(우)는 정말 반듯하게 흐트러짐 없이 책들이 꽂혀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회(좌)에서는 책들이 주원의 마음처럼 흐트러져 있더군요. 주원 역시 마음이 복잡한지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내 책꽂이에 책을 던져버리더군요. 아마도 주원이 책을 읽으려고 들었다가 이내 던져버리고, 다시 들었다 던져버린 상황을 저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답니다. 

또 아주 재미있었던 장면들로는 액션스쿨 워크샵가서 주원이 라임과 임감독 사이에 눕기 위해 온몸으로 필사적으로 비집고 들어오던 장면이나 발목 삐긋했다는 핑계로 라임에게 대놓고 스킨쉽하던 장면, 특별출연한 백지영씨한테 오스카의 그 'OST 잘나간다고 무시하냐...'했던 장면 너무 웃겼습니다.(실제로 백지영씨가 OST만으로 20억 대박을 맞았다는 기사를 봤거든요.ㅎㅎ)
거기다 VVIP 파티 준비하면서 아영이가 읊었던 VVIP 명단마저 큰 웃음을 주더군요. '한기주, 윤재희, 오승아, 조국, 서영은...' 모두 김은숙 작가가 집필했던 드라마에 나왔던 주인공들 이름이죠?



글을 마치며
오늘 역시 주원과 라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다보니 오스카-윤슬, 임감독 이야기는 또 살짝 뒷전이 되었네요. 회를 거듭하면 할 수록 오스카 너무 좋아집니다. 너무 인간적이고 거기다 이제 윤슬이 왜 자신에게 상처를 받았는지 그 답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멋진 것 같아요. 이번회에서 보여줬던 밤까서 윤슬에게 주던 장면이 아마 나중에 윤슬의 마음을 녹여줄 결정적인 장면이 될 듯 싶어요.
윤슬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오스카의 기억속엔 그 군밤이 분명 있었을 테니까요. 지금 당장은 윤슬이 그걸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분명 그 두사람의 기억속엔 군밤이 있었겠지요? ^^

시크릿 가든, 이 드라마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등장합니다. 오늘 역시 읽고 싶은 책(이응준의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하나를 소개받았네요. 비록 PPL(간접광고)일지라도 가슴을 울리는 뭔가를 남게해서 좋습니다. 오늘 소개된 소설이 비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 사랑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마 주원도 라임의 가슴속에, 라임도 주원의 가슴속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운 별로 남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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