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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HOLIC/시크릿 가든

시크릿가든, 주원과 라임의 영혼이 바뀌어야만 하는 이유



시크릿 가든은 처음부터 남자주인공 주원(현빈)과 여자주인공 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뀔 것이라고 예고했었습니다. 알콩달콩 사랑하는 모습만 보여주기도 모자랄 판에 작가가 왜 영혼을 뒤바꾸는 설정을 했을까 처음에는 아주 의아해 했었습니다. 비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에 더 황당한 판타지까지 더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지요. 그만큼 1~2회에서 보여준 재미있는 장면들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장면들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아주 컸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달콤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나 봅니다.

4회까지 진행된 지금은 영혼이 바뀌어야만하는 타당성을 제시해 주기 위해 최근 방영분에서 작가가 두 사람의 갈등도 최대로 끌어올렸던 것이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작가는 이들의 영혼까지 바꿀려고 하는 것일까요?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서로 티격태격 사랑싸움만 하면서도 남녀의 차이나 처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잘만 이루어졌는데 말이지요.



왜 영혼이 바뀌어야만 하는가
저는 그 대답을 이 드라마가 로코의 '비현실적인 설정을 꼬집어 현실을 풍자한다'는 발칙한 역설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라는 것은 주인공들은 남녀라는 유전적인 차이를 넘어 상반된 사회적 지위와 계층이라는 환경적인 차이까지 모두 극복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빈부의 차이가 실제로 사랑과 관심만으로 이해되고 해결되는 것일까요?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드라마를 통해 작가가 너무나 잔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주인공의 차이를 모두 극복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아주 힘든 일들입니다. 한마디로 '죽었다 깨어나야'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모든 것이 바뀌기 전에는 절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두 사람의 영혼을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온 남자, 금성에서온 여자'라는 책을 보면 남녀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물학적인 차이도 분명 존재하지요. 이런 남녀간의 차이는 서로 이해하는 척만 할 뿐 실제로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주원과 라임 역시 남녀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주원에게 잘보이고 싶어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나갔는데, 주원의 반응은 '예쁘다'가 아니라 목을 '다쳤냐', '지혈하냐' 였습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잘보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대표적인 장면이지요.

남녀의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은 기존의 영화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영화 '체인지'를 비롯 '스위치', '보이 걸 씽', '핫 칙' 같은 영화가 있습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성(性)으로 살아보니 비로소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역시 영혼을 바꿈으로써 남녀의 차이를 더 이해하게 된다는 설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남녀의 차이 만을 강조한 드라마라면 '남녀탐구생활'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녀의 차이와 더불어 사회적 신분에서 오는 차이를 어떻게 서로 이해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좀 더 가치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드라마는 남녀간의 차이보다 사회적 지위와 계층간의 차이가 얼마나 극복하기 힘든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 로코에서 당연시 여겨졌던 이러한 차이는 현실적으로는 절대 극복될 수 없는 것이지요.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처럼 잘나가는 사업가와 매춘부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라던가, '노팅힐'에서처럼 유명 여배우와 평범한 서점주인과의 사랑이야기는 그저 우리의 달콤한 상상속에 존재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만약 이 드라마에서 주원이 '백마탄 왕자님'으로써의 역할, 라임이 '신데렐라'로써의 역할만 충실히 했다면 그저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였겠지요. 하지만, 작가는 로코에 사실성을 부여함으로써 근사한 변주곡을 만들어냅니다. 사실 시청자가 달콤한 로맨스에 빠질려고 할때마다 분위기를 확깨버립니다

주원은 라임의 가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라임 역시 주원의 위치(재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습니다. 식탁엔 꽃과 촛불, 와인이 기본이라 생각하는 주원과 그런 것이 부담스러워 촛불을 꺼버리는 라임, 트레이닝복 하나도 명품을 고집하는 주원과 변변한 가방하나 살 돈이 없는 라임, 월세 30만원짜리 집, 그것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나올만한 그런 집에 사는 라임을 이해 못하는 주원과 '삼신할매 랜덤덕'에 입에 금수저 물고 태어난 주원의 가진 부(富)가 도대체 얼마인지, 그의 생활이 어떠한지 짐작조차 못하는 라임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왜 이런 사회적인 지위나 계층의 차이를 자꾸 보여줬던 것일까요? 그것은 이런 차이는 현실세계에서 주원과 라임이 절대 섞일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현실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좀 더 나아가자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내용처럼 계층간의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실제로 해결한다는 것은 영혼이 바뀌어야 할 정도로 어렵다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글을 마치며
작가나 피디가 기획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이 드라마는 '영혼이 바뀌고 나서야 오히려 진정한 자아를 찾게되는 두 주인공의 성장드라마'라고 합니다. 즉, 서로 영혼이 바뀌면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미덕을 가르쳐 주려고 했을 겁니다.

'거짓의 거짓은 참'이 되듯
비현실적인 상황에 더 비현실적적인 판타지(영혼의 뒤바뀜)를 더하니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가 로코가 아닌 가장 현실적인 드라마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사람의 영혼은 제주도로 날아간 이번주 5-6회에서 바뀔 것 같습니다. 첫방송때 잠시 보여준 예고편 만으로도 영혼이 바뀐 두 사람이 저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었습니다. 남녀가 바뀐 상황에서 현빈과 하지원의 리얼한 연기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고, 앞으로 주원과 라임이 어떻게 남녀의 차이와 신분의 차이를 이해해 나갈지 아주 궁금해집니다.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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