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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HOLIC/시크릿 가든

시크릿가든, 주원은 왜 연못속으로 들어갔을까?



시크릿 가든 4회는 주원(현빈)과 라임(하지원)의 갈등이 표면화된 한 회였습니다. 주원과 라임은 학벌, 집안, 모든 것이 차이나는 -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설정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 갈등이 표출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드라마를 볼때 '왜 저렇게 주원이 화를 낼까?', '왜 저렇게 라임에게 가슴 아픈 말만 꼭꼭 찝어서 할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두번, 세번 돌려보니까 모두 '나 좀 바라봐줘', '날 좀 좋아해죠'라는 말이더군요. 주원 자신은 '라임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라임은 '주원의 세계'로 한발짝이라도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라임에게 화를 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4회에서 저는 주원의 행동변화에 주목해서 보았습니다. 주원이 말로만 라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피하고 싶고, 힘들어하고, 무서워하는 일을 라임때문에 조금씩 하게되는 주원이 모습이 보이더군요. 앞으로 주원이 가지고 있는 '공포증(Phobia)'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미미한 단계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 공포증도 라임으로 인해 극복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이것을 사랑의 힘으로 말이죠.

던져버린 오토바이 키를 찾으러 연못으로 들어가는 주원


주원이 라임에게 화를 낸 이유는?
이번회에서 주원과 라임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던 곳은 바로 백화점(탈의실)과 주원의 집, 즉 연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두 장면 모두 주원과 라임의 팽팽한 설전이 오갔던 곳이기도 하고, 주원과 라임이 청소기때문에 자존심을 건 싸움을 했던 장면들입니다.

라임은 주원이 일부러 자신을 만날 구실, 혹은 자신에게 선물하기 위해 청소기를 경품으로 지급했다 여겨 들뜬 마음으로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주원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자신을 잠시나마 들뜨게 했던 여자(라임)가 학벌 허접하고 집안 후진 것도 모자라 자존심까지 꾀죄죄한 경우라며 라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합니다. 거기다 주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며 화를 내지요.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물이었으면 이렇게 현실적인 말들이 나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 역시 로코물이긴 하지만 로코물을 비꼬고, 현실을 풍자하는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장면 역시 그런 장면들 중 하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로코물의 남자 주인공은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와 배경이 차이나는 여자 주인공에게 이렇게 대놓고 학벌, 집안, 돈을 운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싸주고 보호해주기 바빴지요. 그런 것 쯤은 '사랑'으로 다 커버할 수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주원은 얄미울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사실적인 말만 내뱉습니다.

또한 '몇 번 데리고 놀다 치운 여자'라고 말하라는 라임에게 주원은 그렇게 못한다며 라임을 끌고 매장으로 갑니다. 영화 '귀여운 여인'이라면 자상하게 이것 저것 옷을 골라 줬겠지만, 주원은 옷들을 바닥에 내던지며 자신이랑 놀려면 이 정도 수준은 갖춰야된다며 비아냥거립니다. 거기다 직접 입혀주겠다며 탈의실로 끌고 들어갑니다. 라임에게 자신이 얼마나 먼 사람인지 깨우쳐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주원이 진짜 화가난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 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라임이 단 5분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라 말해줍니다.

탈의실 장면에서 주목해야할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현실풍자, 둘째는 주원이 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좁은 공간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로코물이 어떤 '환상'을 다루는 장르이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에서 작가는 철저히 기존의 로코와 차별화된 모습을 모여주고 싶은 것 같습니다. 기존 로코에서 신분과 계층의 차이를 뛰어넘고 사랑으로 이어지는 비현실적인 기본틀을 풍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다 알면서 모른척했던 부분을 남자주인공의 입을 빌어 쏟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재벌남과 가난한 여자가 만날 일이 절대로 없겠지요. 그리고 여자 주인공은 남자를 배려할 필요가 없었지요.
그동안 우리들은 다 알면서도 모른척 해왔고,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아주 즐거운 상상으로 남겨뒀었지요. 하지만 작가는 잔인하리만큼 그 환상을 깨버리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도 그런 '즐거운 상상'의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번 로코를 뒤집어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는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공포증이 있는 주원이 탈의실 좁은 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점은 라임으로 인해 조금씩 그 공포증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 이해했습니다. 처음 라임이 다쳐 병원에 갔을때 주원이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던 장면에서 차의 뚜껑까지 닫아주겠다고 말하지요.
주원의 입장에서 오픈카의 뚜껑을 닫는 행위가 얼마나 큰 일인지 시청자들은 이번회를 통해 비로소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첫만남부터 주원에게 라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주원은 왜 연못속으로 들어갔을까?
주원은 그 문제의 청소기를 친구편으로 라임에게 보냅니다. 청소기를 받고 라임은 주원에게 전화를 겁니다. 청소기 당장 가져가라는 말에 버리든지 직접 반납하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라임과 백화점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주원은 '상사병'에 걸린 듯 매사의 의욕도 없고 관심도 없어집니다. 하지만 라임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통에 입가에 웃음이 살짝 지어집니다.

청소기를 핑계로 그녀와 다시 만나 어떻게든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겠지요. 그러나 그녀는 예상과 다릅니다. 자존심도 쎄고 독한 여자입니다. 연못에 던져버린 청소기 박스를 기여코 그녀 자신이 물에 들어가 건져냅니다. 그냥 '주워달라'든지, '사과해라'든지 말 한마디면 될 것을 그녀는 주원의 예상을 깨버린 행동을 합니다.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안주는 여자입니다.

물에 젖은 채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려는 그녀를 막기 위해 주원은 오토바이 키를 집어 연못에 던져버립니다. 그녀가 화를 내며 주워달라고 소리칩니다. 다시 키를 줍기 위해 연못으로 향하는 라임을 제지하며 저런 건 100대 쯤 사줄 수 있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손쉽게 오토바이를 다시 사주는 대신 주원은 직접 연못에 키를 찾으러 걸어들어갑니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세계로 또 한발짝 들어가게 되는 것이겠지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이 남자는 라임이 그랬듯 똑같이 연못 속으로 키를 찾으러 들어갔던 것이지요. 그가 읽고 있던 책('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으로 그녀의 세계를 이해하는 대신 말이지요.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 대사들
이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대사들이 또 쏟아졌습니다. 주원이 백화점일로 점점 박부장과 대립을 하게 되는데, 이번 맡게될 분양건은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박부장이 숟가락만 얹게 하지 말라고 말하지요. 어디서 참 많이 들어보던 말이네요.^^;;
거기다 오스카가 경찰서에서 좀 꺼내달라며 주원에게 전화해서는 "드리블하지 말고 그냥 쏴!" 라고 했던 부분이나 특히 오스카와 함께하는 여행 경품에 보낼 사람을 추천하면서 했던 주원의 말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오스카 안티카페 뒤져서 운명이라 생각하고 한결같이 MR제거해 올리시는 그분'을 찾아 오스카와 함께 여행보내라고 말했던 부분입니다.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원의 엄마(정말 무표정하시던 그분)를 만나 라임이 했던 '삼신할매 랜덤덕에 태어난 부유한 계층'이란 말 또한 아주 재치있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며
주원의 가족들이 등장하면서 주원과 라임의 갈등(사회적 지위와 계층차이)은 더 깊어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라임과 오스카가 있는 제주도에 나타난 주원으로 인해 그들의 애정전선에 또 다른 일들이 벌어질 예정입니다. 아마 다음주에는 윤슬, 박채린 등의 등장으로 인물들 간의 관계가 더 복잡해지겠네요.
라임이 경품에 당첨된 일이나 주원이 꽃잎을 세던 꽃에 꽃잎이 하나더 자라나던 장면, 그림에 불이 켜지는 장면들 모두가 나중에 주원과 라임의 영혼이 바뀌게될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그리고 과연 주원은 연못에서 오토바이 키를 찾았을까요? 전 아마 찾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라임이 주원의 진심을 알게되는 열쇠(키)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즐거운 한 주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캡쳐장면의 저작권은 해당 방송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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