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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HOLIC/시크릿 가든

시크릿가든. 뛰어난 분석력이 만들어낸 헤프닝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는 '독자 대응(수용) 이론(Reader's response theory)'을 통해 현대 독자(시청자)들은 창작자(작가)가 고안한 상징과 비유를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 자세히 들여다 보고 독자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고 합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표현했던 많은 것에 특별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각자 다양한 분석과 재해석 해왔습니다. 이 드라마를 리뷰한 저의 포스팅에도 많은 분들이 각자의 생각들을 댓글로 남겨주시기도 했는데, 그분들이 소개해 주신 재치있는 재해석 덕택에 많이 즐거웠습니다. 이제 두번째 '영혼체인지'로 반환점을 지난 시크릿 가든에 대한 시청자들의 재미있는 해석과 시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길라임 사망설 혹은 혼수상태설/ 김주원 정신병자설
제주도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길을 잃은 두사람은 '신비가든'에서 라임의 아버지가 주는 영혼이 바뀌는 약술을 받는 장면을 보고 다양한 시각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주원을 아끼는 모습에서 장모의 사위사랑을 연상하고 라임의 엄마가 딸을 위해 환생하였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엽기적인 해석은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이미 라임이 죽었거나 심하게 다쳤고, 영혼이 바뀐 상태에서 겪는 주원과 라임의 에피소드가 라임이 혼수상태에서 상상하는 이야기라는 주장이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완전히 판타지물로 급격한 장르변경이 되기도 했는데요, 과거 '파리의 연인'을 비추어 가능성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해석을 하신 분들이 드라마 장면에서 바뀐 라임의 옷과 없어진 자전거를 근거로 했을때 무척이나 설득력이 있게 보였고, 저로 하여금 이 드마라 리뷰를 접게 할뻔 했습니다.^^;; 


드라마의 내용이 혼수상태에 빠진 라임의 상상이라는 주장보다 더욱 저를 황당하게 만든 주장은 '김주원의 정신병설'이였습니다. 드라마의 장르를 사이코물로 만든 주원의 정신병설은 '지금 딱 미친 놈이다'라는 대사나 주원이 정신병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였습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시크릿 가든'의 전체 줄거리가 주원이 정신병원에서 상상하는 이야기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지원씨가 인터뷰에서 옷이 바뀐 것은 의상팀과 소품팀의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는 해명하면서 라임의 사망설은 완전히 사라졌고, 아직 주원의 정신병설은 마지막 결론이 나올 때까지 몇몇 분들에게는 검증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


김주원은 원래 인어왕자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없었던 주원은 라임에게 인어공주처럼 사라져 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라임을 좋아하게 되자 주원은 자기 자신이 인어공주가 되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겠다고 했지요. 

그러나 저의 블로그에 아주 재미있는 댓글이 하나 달렸습니다. 주원이 드라마 시작부터 인어공주(인어왕자)였다는 주장이었지요. 그 근거로는 요즘 유행이 되고 있는 주원의 반짝이는 트레이닝복이였습니다. '똘추' 김주원의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인어공주의 비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작가는 애초부터 이 '까도남'이 인어공주(인어왕자)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다는 겁니다. (저 댓글 보고 뿜었습니다.ㅋㅋ) '원조 인어왕자' 주원에 대한 저의 재해석은 주원이 반짝이 명품 트레이닝복을 벗게 될때 정상적인 로맨스를 하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ㅎㅎ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한다?
김은숙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을 의학적인 견해과는 달리 새롭게 해석해서 주원의 심리에 투영하였습니다. 
의학 관련 정보 사이트를 뒤져보니 이 신드롬에 걸린 사람들은 사물은 크게, 사람은 작게 인식한다고 하더군요. 아마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세상이 동화처럼 보인다고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묘사한 사람은 목이 긴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사람을 머리와 몸은 크게, 목은 엄청나게 길게 인식한다고 합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앨리스 증후군에 걸려 라임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주원이 굉장히 특이한 취향과 선호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이 그림을 보신다면 드라마에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을 인용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신 분들은 무척 후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주원 '식스센스'설
손꼽히는 재벌가 자제라는 설정속에 주원과 오스카의 집은 크고, 깔끔하고 밝은 실내를 보여주웠습니다. 무엇보다도 한편의 시와 어울어진 주원의 서재, 하얀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오스카의 거실은 꼭 한번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원의 집앞에 있는 연못은 조명과 어울어져 아름다운 풍경화같은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자세히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발견하셨겠지요? 누구라도 탐낼 오스카의 거실에서 주원과 오스카가 대화를 나눌때 새하얀 입김이 보이더군요. 제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 중 '오스카집에 보일러 놔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입에서 나는 입김이 꼭 영화 '식스센스'를 연상시킨다며 영혼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답니다.

특히 그 장면에 앞서 영혼이 바뀐 라임이 "집안에 우풍이 있나?"라고 독백때문에 많이 웃었습니다. 수많은 PPL광고들을 자연스럽게 극중에 삽입시키기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님이 이미 열악한 좔영장 세트의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드 엔딩이냐, 해피 엔딩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제작 발표회에서 이미 이 드라마를 로맨틱 코미디라고 규정했기에 아무리 어려운 사건과 상황이라도 결국 해피엔딩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영의 꿈이야기나 인어공주 이야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가 행복한 결말에 대한 의구심이 품기도 했었지요.

얼마전 트위터를 보니 김은숙 작가의 남편분이 '주원이 죽이면 이혼이야'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네~ 저 김은숙 작가 팔로잉했습니다.ㅎㅎ) 이 메세지로 저는 해피엔딩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저희 남편이 "그럼 원래 극본에서는 죽일려고 했다는 것 아냐?"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 말에 짜증이 밀려오면서 밥을 굶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결말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은 있지만, 설마 작가가 이혼을 감수하면서까지 비극을 만들지는 않을 거란 믿음에 기쁜 마음으로 드라마를 계속 시청하고 있답니다.     


글을 마치며
이밖에도 주원이 자신의 집앞에 피었던 상사화가 나왔던 장면이나 까마귀가 나왔던 장면, 또 신비가든으로 가기전 라임의 비명소리때문에 많은 추측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이 모든 것이 뛰어난 분석력을 가진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재해석하면서 생긴 일들이었지요. 아마 제가 언급한 것 외에도 많은 해석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재밌는것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시크릿 가든이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라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하나 하나 분석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더욱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작가가 원래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이렇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흥행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 포스팅하면서 그런 부분들 때문에 때로는 머리가 아프지만, 지나고 보면 이런 요소가 제게 큰 재미를 선사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또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니, 시크릿 가든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는 아주 반가운 일이랍니다. 끝으로 제게 항상 즐거운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캡쳐장면의 저작권은 해당 방송국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