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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HOLIC

프레지던트, 웰메이드 드라마의 안타까운 시청률

최근 제가 '시크릿 가든'과 더불어 즐겨보는 드라마가 바로 '프레지던트'입니다. 최수종, 하희라가 부부동반으로 출연한다고 해서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안타깝게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습니다.(12월 22일 기준, 4.7% TNmS조사)
그동안 정치드라마를 즐겨보지 않았던 한 사람으로 기존의 다른 정치드라마와 비교해서 어떤 부분이 더 낫다라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드라마 자체만으로는 참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 저의 평가입니다.
 
이 드라마는 여당의 장일준(최수종) 후보가 당내 경선을 거쳐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을 그린 정치드라마입니다. 청와대 입성을 위해 벌어지는 정치판의 각축전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장일준이라는 대권도전자의 개인적 고뇌나 야먕, 가족이야기를 적절하게 잘 버무려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스포트라이트의 뒷편에 숨겨져있던 정치 참모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뱀처럼 교활하고 사자처럼 용맹한 정치인, 장일준
이런 정치드라마의 매력은 시청자들이 주인공을 통해 사람들이 꿈꿔왔고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지도자상을 찾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물'의 서혜림(고현정)을 통해 어떤 분을 떠올리듯, 등장인물들을 실제 정치인이나 기업인에 대입해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장일준'이라는 인물은 딱히 누구라고 지칭하긴 어렵습니다. 그는 선이나 악으로 구분짓기 어려운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보통 이상적인 지도자는 드라마에서 정도를 걷는 인물로 나옵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 '장일준'을 보면서 책에서 묘사된 '뱀처럼 교활하고 사자처럼 용맹한 군주'를 연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장일준은 정치이념의 희생양이 되었던 형의 죽음, 그 후 방황의 세월을 거쳐 자신이 나라를 바꿔보겠다는 큰 야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야망을 채워줄 재벌의 딸 조소희(하희라)와 결혼하고, 시민단체 운동을 거쳐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하여 이제 대권에 도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일준은 큰 대의나 도덕(나라를 바꾸겠다)를 위해 순간순간 권모술수를 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때때로 이런 모습들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자신의 와병을 핑계로 정적을 제거하는 '군주론'의 모델이 되었던 '체사레 보르자'처럼 장일준은 아들의 잘못을 사과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할 'TV토론'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적과도 기꺼이 손을 잡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교적인 '성인군자'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아주 신선한 충격이 될 것 같습니다. 허구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현실 정치를 보여주며 진정한 현대 한국정치의 지도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은 화두를 던질것 같습니다. 

 
베일속의 권력자, 조소희
이 드라마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인물은 바로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하희라)입니다. 그녀는 장일준의 가슴속에 활활타오르는 불(야망)을 알아보고 그가 나라를 움켜쥐도록 물심양면 지원해주는 조력자이자 숨은 야심가입니다. 한마디로 장일준을 대통령으로 만들기위해 음지에서 온갖 악행을 도맡아하는 무서운 여자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녀를 악역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정치가의 아내로,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그녀의 역할과 인간적 갈등을 순간 순간 엿볼 수 있어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1회에서 장일준이 저격당하는 장면을 보여준 후, 현재 과거로 돌아온 회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저격의 배후에 조소희가 있다는 추측이 나돌만큼 그녀야말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장일준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남편의 숨겨진 아들 유민기(제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신의 위치(재벌그룹 딸)를 어떻게 이용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인물입니다.  또한 이번 4회에서 현직 대통령의 숨은 권력자인 영부인(양희경)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된 조소희의 행보가 아주 궁금해집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남편들을 위해 어떤 정치적 거래를 맺을지 궁금하군요. 


정치인을 만드는 실질적인 힘, 정치참모들
정치인은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꼭 그 인기만으로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명의 정치인을 만들기 위해 그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참모(보좌관)들이지요. 일전에 제가 소개해드린 미드 '굿 와이프(The Good Wife)'의 아주 유능한 정치참모 '일라이 골드'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미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생생한 정치참모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이 이 드라마의 큰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장일준을 대권주자로 만들기 위해, 더 나아가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그 뒤에서 온갖 궂은 일을 다합니다. 정치인을 위해 정책이나 연설문을 만들고, 언론 홍보, 유권자 분석, 선거운동 등을 담당하는 이들이지요. 때때로 상대방을 이기기위해 흑색선전(네거티브 전략)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들 역시 장일준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한 목적을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연구해내는 사람들 입니다. 상대방 진영을 이기기 위해 이리 저리 머리싸움하는 모습도 아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윤성구(이두일)과 오재희(임지은)의 사랑도 기대되는 부분이랍니다.^^


글을 마치며
다음회에서 현직 대통령(정한용)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김경모(홍요섭)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장일준이 반드시 지지를 얻어야하는 원내대표 고상렬(변희봉)과 어떤 딜이 이루어질지 아주 궁금합니다. 제 생각엔 고상렬 대표가 15년 숙적인 장일준을 잡기 위해 제대로 덫을 놓은 것 같은데, 아마 장일준 역시 그리 호락호락 그 덫에 걸려들진 않을 듯 싶습니다.

프레지던트는 분명 흥미있고 신선한 볼거리가 많은 드라마입니다. 허구라고는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나 있음직한 정치이야기를 찾는 재미도 있습니다.(특히 여당의 또 다른 경선후보인 박을섭 의원을 볼때마다 여의도에 계신 분들이 저절로 떠오른답니다.ㅋㅋ)
싸움에 이기기 위해 벌어지는 권모술수나 중상모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착하거나 악하지만은 않은 장일준이라는 인물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최수종씨의 연기도 볼만합니다.
이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정치드라마 '대물'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정치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 '프레지던트'도 좋아하시리라 믿습니다.(적고보니 KBS드라마 홍보하는 것 같군요.ㅎㅎ)

한국은 크리스마스 이브로군요. 일일이 다 찾아뵙고 인사 못드릴 것 같아 미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Merry Christmas!

* 모든 캡쳐장면의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